니가 찍어도 별거 없구나... 풉
19년된 친구의 대화 임으로 다소 거친 표현으로 거부감이 생길수 있으니
욕에 두드러기 있으신 분들은 사진만 봐 주시고 넘어가 주세요 ^^;;
친구가 회사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 하던중
사진 찍는다고 깝죽대던 내가 부러웠나보다. 뭔 카메라가 좋냐며
이것저것 물어보길 반복하던 녀석... 결국 오래전에 사용하던 코닥 똑딱이의 색감을
못잊어 이번에도 코닥 똑딱이를 사고 말았다. 전에 샀던 똑딱이는
2주가 채 못가 조카들의 내구력 테스트에 부품 쪼가리 30개로 변신하며
장렬한 생을 마감하였기에 이번엔 더더욱 애지중지하며 지 주먹 만한 똑딱이를
볼에 부비고 다닌다. 키가 183도 넘는 이 색히 생긴건 산적 저리가라로 험하게 생긴
녀석이 카메라를 새끼 강아지 마냥 부비고 쓰다듬는다. 못봐주겠다.
나 : 이 색히야 지금 니 꼬라지 못봐주겠다. 사진이나 찍으러 가자.
나의 출중하고 아름다우신 내공으로 네 허접한 내공을 짓 눌러 주겠다.
이리하여 춘천소양 2교로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말만 큰소리 쳤지 기껏 두달 사진 찍은 내가, 기초도 아직 없는 내가
내공이란게 있을리 만무했다.
사진 찍고 LCD로 디스플레이 되자마자 바로 셔터를 눌러 아무도 구경할수 없게끔
넘겨 버렸다. 어차피 난 포스팅 잘 안하니 내 사진은 보기 힘들다.
좋다. 잘 되간다. 이대로만 넘길수 있다면 난 계속 너에게 큰소리
떵떵칠 수 있고 넌 날 만난후 19년을 살아오며 찍소리 한마디 못하며 살아온
동네북으로 남을수 있다. 넌 결혼하기 전까지 내 봉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허나 내가 간과 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이 색히가 내 카메라를 꺼내 내 사진을 보고 말았다.
사진 확대까지 해가며 보고 있는것 같다 .
빌어먹을.... 내가 왜 저런 기능 까지 상세히 알려줬단 말인가.
이미 늦었다. 입으론 썩소를 지으며 나에게 뭘로 갈굴지를 생각하는 저 표정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모든 사진을 훓고있다.
어쩔까? 도망갈까? 좋아 소주방에 친구 색히를 버리고 도망가야 겠다.
헉 집 열쇠가, 차 열쇠가 가방안에 있다. 헉 지갑도 가방안에 있다.
키도 거의 20센치가 크다. 저번에 술 많이 먹고 주먹한번 엮어본게 1주일 넘게 붓기가
안 빠질정도로 아팟다. 어쩌지? 어쩔까! 란 사이에 모든 사진을 검수한 친구녀석
화장실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날 찾으러 시선이 화장실 쪽으로 돌아온다.
아!! 어쩌란 말인가. 이 무슨 개망신인가 쿠어.... ㅠ_ㅠ
친구가 날 보며 미소짓고 있다. 우라질레이션 난 애써 외면하며 자리로 돌아온다.
그러고 친구한테 말한다.
나 : 야 우리 간만에 소주병 잡고 술마실까? 왜 군대가기 전엔 그러고 놀았잖아?
어때?
친구 : 아 시바 주제 돌리지 말고 니가 찍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진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까?
나 : 뭔 소리야? 아.... 내 카메라는 LCD가 작아서 LCD로 사진을 보면 다 잘 찍은것 처럼...
친구 : 그 입 다물라!!! 사진 다 확대해서 봤거든? 이 오랄 포토그래퍼 색히
니네 동네 사진은 입으로 찍냐? 아까 장장 한시간이나 갈구던 그 내공은 다 어디로
사라진거냐
니가 찍어도 별거 없구나... 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