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김준수 할아버지께.
드르륵.
"누구 손주여? 워디, 흥덕네? 임실네?"
"네, 흥덕네요~"
"이~~옹기네 딸? 대전서 왔고만~오메, 그 새 더 커부렀시야...야가 더 친탁인걸 봉께 첫째고만~!!"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법지리.
큰집 내려가는 중간 날망에 유일하게 있던 점빵 주인 아줌마는 나와 동생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곤 꼬치꼬치 캐물으신다.
사루비아를 사들고 나오니 내 할아버지께서 방앗간 옆에 뒷짐을 지고 서서 논밭을 바라보고 계신다.
단단한 실루엣과 황금빛 할아버지의 머리카락들이 벼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다.
20여년이 지났다.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지만 그 날의 내 따뜻한 할아버지 등을 부서지게 끌어 안고 간절히 부탁 드리고 싶다.
내 아빠를, 당신의 아들을 꼭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꼭 그렇게 해달라고.......
꼭 그렇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