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 5
김미정 2003.10. 4
레이소다 회원이며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준 스튜디오]라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미정씨는
전남 광양이 고향이다. 영호남의 경계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지역감정을 느껴 본 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서울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영 불편하다.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전라도라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식의
색안경을 낀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워 선거기간 내내 선거에 관한한 아예 입 다물고 살았단다.
경상도 사람들이 드러내놓고 이회창을 지지하거나 노무현을 욕하는 것은 아무 거리낌이 없는데 반해
유독 전라도 사람들이 노무현이나 김대중을 지지하는 소리를 하면 눈총을 받는다.
심지어 같은 전라도 사람 입장이지만 지하철 같이 사람 많은데서
남도 사투리로 "거시기" 하게 민주당지지를 역설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가움 보다는
"저러지 말지...저렇게 하면 도리어 점수 깍일텐데..." 하는 염려가 앞서는 이상한 입장이 된다.
호남 향우회로 특징되는 전라도 사람들의 단결심.
특히 선거철이면 90% 이상 육박하는 특정정당의 지지율로 인해 갖은 눈총을 받지만
김미정씨는 힘 주어 말한다.
전라도 사람들의 단결은 80년의 [광주]를 비롯해서
역사적인 연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그 상처가 아물어 느슨해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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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전라도는 전체의 30% 정도가 되고
경상도는 35% 정도 되는데
전라도의 단결이라는게 과연 전략적으로라도 바람직한가?
전라도는 머릿수로 도저히 경상도를 못 이기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전라도 사람들은 90%가 넘는 단결력을 과시하는데,
과연 이런 현상이 누구에게 득이 될까?
결코 한나라당에 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논리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첫째, 전라도의 단결은 계산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90% 가 넘는 민주당지지의 선거결과를 두고 욕을 먹던 어느 전라도 사람이
"우리가 서로 의논해서 투표한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의논해서
투표율을 인위적으로 조정분배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하던 항변이 생각난다.
둘째, 호남의 단결은 영남의 단결을 촉발시켜 결과적으로 인구가 많은 영남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끔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호남의 단결을 유발시키고 부추기는 세력이 없는가?
호남의 단결이라는게 (영남권에 의해) 고도로 역계산된 정치적 음모의 산물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분명한 통계적 사실은 1960년대 초반 까지는 호남에서 지역적인 투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호남에서의 지역적인 투표성향은 60년 후반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 하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박정희의 등장과 무관치 않으며, 울산, 포항 등 영남권의 공업단지 개발과 경부고속도의 건설이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