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아내는 거짓말을 했다. 할인마트 속옷매장에 불 켜진 마네킹이 서 있다. 하얀색 여자 속옷을 아무렇지 않게 걸친 빛나는 몸은 앙상하다. "예쁜데 하나 입어보지 그래?" 아내에게 그 어떤 의지라도 개입시키는 것이 참 덧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마치 불 켜진 마네킹이 걸치고 있는 나름 은밀한 의상과 엄연한 사생활이 분주한 사람들의 틈에서 하나도 도드라지지 않는 사실처럼 말이다. 저녁이 되면 매장의 다른 불빛들과 마찬가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질 몸이다. 환한 곳에서 빛을 발하고 생명체처럼 어둠 속에서 잠이 드는 요상한 광채다. 아내가 묵묵히 걸으며 말했다. "내 몸엔 불이 안 켜져요....." 집에 돌아와 무료하게 서성대는 창가의 아내는 거짓말을 했다. 아내는 분명 빛나고 있다.
무심한 일상
2007-04-02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