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자만에 빠져 아무런 정보 없이 델리로 들어와 발이 묶여 방황하다가 강도를 만나고 아그라에서 US 150달러 사기를 당한 다음 다음날 비행기로 이동한 곳은 U.P 바라나시였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물도 함부로 마실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것은 물이 아니라 나의 확신이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녔으며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목을 축이기 위해 코카콜라를 마셨다. 입에 맞지 않는 밥을 대신해 마시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진실이었다. 카페인 누적이 몸에 해롭다고? 흥, 인터내셔널 브랜드를 우습게 보지마. 수일동안 잠을 자지 못해 나는 극도로 예민하였으며 숙소를 잡자 바로 달려간 곳도 상점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그는 옷을 두텁게 입고 있었다. 그는 나를 예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차가운 콜라를 내밀었다. 말(言)에 지친 나는 그의 과묵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는 필요한 말만 했다, - 20루피요. 나는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 상점에 들러 콜라를 사고 그 자리에서 다 비웠다. 불안했다, 그곳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건 오직 인터내셔널 브랜드였으므로 그것을 제 값 받고 파는 사내를 또한 믿게 되었다. 사진을 찍다가도 지치면 돌아와 밥 대신 사먹었다. 카페인은 점점 누적이 되었고 나는 사내를 이유 없이 전투적으로 믿었다. 그는 오직 내가 남긴 빈 병을 수거할 뿐이었다. 나마스테, 나의 아침 인사는 코카콜라였으며 몸이 지쳐 탈이 날 때까지 나는 근면하게 콜라로 속을 채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콜라를 사먹을 수 없게 되었다. 노인은 눈을 뜨지도 못하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나마스테 - 오늘도 콜라를 사러 왔단 말이오, 좀 일어나 보시오.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나는 다른 상점을 갈 수 없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이 사내가 파는 콜라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그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옆 가게를 가리켰다. 이보시오... 나는 배가 몹시 고팠으나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더운 계절, 날카로워진 신경과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고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면 꿈 속에서 배를 타고 내 방에 머물렀다. 어느날 아침 그의 상점엔 노랗고 빨간 꽃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는 두 손을 모으고 얌전히 들것에 올라 있었다. 들것을 든 사람들은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보고 소리를 질렀으나 나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사진을 찍을 생각도 없었지만 상여는 냉큼 상점과 나를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섰다. 미로처럼 좁고 굽고 소똥이 가득한 골목을 가로질러 꽃으로 휘감긴 그의 상여는 버닝가트(화장터)에 들어갔다. 나의 코카콜라, 배가 몹시 고파왔다. 그는 한참동안 그 곳에 머무르다 오징어 냄새를 피우며 성큼 타올랐다. 나는 허기 때문에 다는 보지 못하고 가트를 빠져나왔다. 처음으로 음식점으로 들어가 당당하게 주문했다. 맛은 없었으나 나는 열심히 먹었으며 콜라 대신 물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정보도 없이 들어와 내가 원하는 대로 촬영을 할 수 있을거라 확신했던 나의 자만을 용서하기로 했다. 괴로운 것은 잃어버린 US 150$와 수천의 루피가 아니라 치기어린 행동이 불러온 부끄러운 나의 모습이었다. 몸에 탈이 나서 한국으로 급히 돌아올 때까지 나는 문득 까닭없이 불안할 때마다 이 사진을 리뷰했다. 내가 믿어온 허구의 가치를 몇 번이고 떠올리면서 잘 가시오, 바라나시, 나의 코카콜라 - U.P varanasi - India
[Batang Ch:e] 바탕체
2007-04-02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