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아주 오래전엔 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는 것이 어느새 조금 커 버린 나의 키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적이 있었다. 글쎄.. 한 중학교 때까지.. 매 순간 조금씩 나의 눈높이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 스스로 커가고 있음에 대해서 즐거워 하던 그런 시절이 한참동안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또 이만큼 컸구나' 라고 말이다. 눈높이가 달라지는 것은 그만큼 사람에게는 세상을 전혀 색다르게 보게 하는 것이지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으로 그 눈높이가 높아져감을 알아챌때의 묘한 즐거움은 느껴본 사람, 느껴본 순간에만 그 특혜가 주어진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어느 순간에는 화장실 거울 앞에 서는 것이 나의 외모를 만지기 위한 적이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인것 같다. 얼굴에 난 여드름도 좀 만지고, 머리도 한참을 주물럭주물럭 하고, 또 옷 매무새도 여기저기 만지고 하는 그런 행동들. 이미 키는 제자리에 머물러있지만, 나의 외모는 철마다 바뀌고 또 조금 익숙해지다못해 지겨워질만하면 바뀌거나 바꾸거나..높이의 자람이 멈춰버린 나의 눈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던 것은 아니었을지.. 이제 나는 거울을 보면 무엇을 볼까? 한 세가지 정도를 보는 것 같다. 첫째는 얼굴 상태를 본다. 쉽게 말해서 맛이 갔는지 멀쩡한지 혹은 다크서클은 없는지 등등. 그리고 또 참 슬픈 얘기지만 머리숱을 본다. 머리가 많이 빠지지 않는지 한번씩 체크해본다. 과거에 스트레스 때문에 한창 머리가 빠진 적이 있어서 그런 버릇이 생겼다. 마지막 하나는 나의 눈빛을 본다. 어린 시절에는 거울속 나와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가운데 거울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째려보고 있는 좀 무서운 느낌에 겁이 나서 그런적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은 내 눈빛이 아직 살아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나의 눈빛을 본다.
luckyme
2007-03-21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