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金明淑)
묘역번호: 2-28
생 애: 1965.09.04 ~ 1980.05.27
성 별: 여
출 생 지: 광주
사망 원인: M-16 총상
사망 장소: 전남대학교 앞 천변
기 타: 학생(서광여중 3학년)
유 족: 김요중(부)
5월 27일 도청이 계엄군에 함락되고, 다시 광주에는 군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전남대학교 정문 용봉천 주변에도 공수부대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명숙이는 저녁에 집에 들어온 엄마에게 밥을 차려주며 책이 없어서 뒷집에 사는 인숙이네로 책을 빌리러 가야겠다고 했다. 아직도 어수선한 바깥 상황에 맘이 놓이지 않아 엄마는 가지 말라고 말렸다. 밥을 먹고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명숙이는 기어코 친구네로 가고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지나는 명숙이를 보고 대학생이 어디선가 쫓겨 가는 것으로 생각한 군인들이 공포탄을 쏜 것이다. 기겁을 한 명숙이는 개천 밑으로 뛰어 내렸다. 한참 후, 개천 위로 기어 올라오던 명숙이의 움직임을 응시하고 있던 군인들은 기어이 한 방의 총을 쏘고 말았다. 살을 찢는 비명이 5월 저녁 하늘에 울려 퍼졌다...
군화발로 방에 들어선 군인들은 엉덩이에 맞았으니 괜찮을 것이라며 차를 불렀다. 군 지프차에 명숙이를 싣고 광주 국군통합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괜찮을 거라던 명숙이는 가는 도중 가늘게 내쉬던 숨마저 멈추어 버렸다...
밖으로 나돌아서 부모 욕 먹이고 속 썩이고 하는 자식이었다면 혹시 조금 덜 아플 수 있을까? 무엇 하나 미운 곳이 없던 딸이라서 더욱 아깝고 애틋하다. 자식에게 베풀기만 하는 것이 부모라는데 명숙이에게 어머니는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린것에게, 공부하기도 바쁜 아이에게 고된 살림까지 하게 하고, 친구들하고 맘껏 놀게 해주지도 못해서, 공부도 곧잘 하던 아이에게 참고서 하나 맘 놓고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평균적이지 않은 몇몇의 보상금에 대한 보도에, “그만큼 받았으면 되지, 뭘 더 바라냐? 이제는 입 다물어도 된다.”라는 식의 철없는 말들을 들을 때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쏟아 참을 수가 없다. 어떤 부모가 제 자식 죽고서 돈 몇 푼 받았다고 좋아할 것인가? 그것도 그렇게 서럽게 투쟁했더니, 겨우겨우 인심 쓰듯 던져주는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어떤 부모가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말인가? 어쩌면 자기가 겪은 아픔이 아니라고 그렇게들 쉽게 말하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