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a 6 - 새벽 2시 아침에 거나하게 삼겹살을 먹었어요. 제 배 좀 보세요. 불룩하지요. 방금 출근했어요. 왠만해선 남들 잠자리 들 시간인 밤 아홉 시지요. 날이 오락가락해서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아 어떤 날은 겨울 옷을 어떤 날은 봄 옷을 걸어놓으면 말 많은 상인들은 이래저래 깎아가며 도매인지 소매인지 구별도 안 가게 날씨 트집을 잡습니다. 매장 안은 우물쭈물 어쩔 줄 모르는 옷들이 내 나이만큼이나 상큼하답니다. 게다가 각각의 깔들이 장난이 아니예요. 저요. 저는 올해 꽃다운 나이 스물 둘이이랍니다. 엄마가 열아홉에 저희를 나서 2초 차이 언니와 쌍둥이예요. 엄마가 태몽을 꿨는데, 하나는 꽃뱀을 또 하나는 물고기를 보았는데 겨우 2초 사이에 이렇게 다르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요. 얼른 봐도 사람들이 니가 꽃뱀이지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맞추지요. 모두가 귀신들 같아요. 게다가 저는 2초 동생이지만 언제나 언니를 챙기고 싶다보니 혹시 제가 언니가 아닐까 의심이 올 때가 있어요. 남자친구도 저만 있어요. 철 없는 2초 언니는 니들 결혼해서 살면 나도 작은 방 하나 주라. 나랑 같이 살아주라. 아 조금 있으면 그 언니가 옵니다. 여우를 기다리듯 기다리면 어김없이 그 시간에 나타나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오는 모습이 꼭 저를 보는 것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다르면서 같은 영락없는 쌍둥이라고 하지요. 아침에 괜히 삼겹살을 먹었나봐요. 점심때 뭘 먹을지 걱정이예요. 새벽 두 시 점심. 또 거나한 오돈(오므라이스+돈까스)을 먹기로 해요. 앞 집 언니는 밥이 거북스럽다고 하지만 그래도 밥이 제일 낫답니다. 그래야 다음날 덜 피곤하거든요. 갑자기 사람들도 옷들도 모두 조용합니다. 분명 새벽 두 시가 갓 넘어간 것입니다. 오늘 몇 장이라도 팔았나요. 이젠 퇴근을 준비하며 거울에 이 옷 저 옷을 대보기도 하고 내일 아니 오늘 새벽 시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옷이나 다양한 깔이 나왔는 지 당장 알아봐야하는 데 점포들이 일제히 하품을 합니다. 가방 가게 사장님도 새벽에 암웨이 영업을 하고 오셔서 피곤을 물리고 제자리 뛰기 팔 휘젓기 운동을 하시더니 셔터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게에서 주무십니다. 잠시도 몸을 정지시키지 않으시고 성공비결 책을 하루 몇 장씩 요약 정리해주시니 그 시간이 지나면 퇴근 준비 시간임을 저절로 알게 된답니다. 올해는 황금돼지해라고 하네요. 아침에도 점심에도 돼지고기를 먹은 날이네요. 돌아가는 길에 복권이라도 몇 장 사볼까요. 언니들이 요새처럼 장사 안 되면 세라도 내겠느냐 인건비도 모면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늘 새벽 2시를 기다립니다. 어찌 됐든 그 시간이 넘어가면 하루 숙제를 잘 끝냈는 지 알게 되거든요. 상가 사람들이 활개를 치면 그나마 괜찮은 날이고 웃음도 힘이 없고 발소리도 조용한 날이면 허탕이라는 무언의 소리가 들리거든요. 스트레이칭을 하듯 다른 매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 언니네는 오늘 좀 됐을까요. 도매 장사에 소매 장사가 이것 떼고 저것 떼고 가면 남는게 없지만 그래도 남기는 남겠지요. 언니 오늘 어땠어요? 대답 대신 하얀 하품을 크게 합니다. 그럭저럭?! 건물을 나와 거리에 널브러진 쓰레기들 속에서 꾸굴꾸굴한 삶들이 채 기지개를 열지도 않았음을 압니다. 그래도 우린 점포 속에서 있었는데 소중하게 옷들을 덮어놓은 노점상 아저씨 밝아오는 아침에 양수 속 태아처럼 웅크리고 잡니다. 옷이라도 벗어 덮어주었으면 싶지만 눈 딱 감고 지하철로 갑니다. 새벽 5시 40분 첫차를 타려면 20분은 기다려야하지만요. 사람도 짐들도 쉬어야할 시간입니다.
알섬
2007-03-15 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