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마음
흙이란 모든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최초의 보금자리이며 최후의 보금자리입니다.
흙도 그 특성대로 마음이 따로 있어 청자는 청자 흙이 갖는 마음이 있으며 분청은
분청대로, 백자는 백자대로 흙의 고집이 있습니다.
어쩌면 도공이란 누구보다 흙의 마음을, 또 흙의 고집을 읽어내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의 특성에 따라 나는 그렇게 흙들이 제 길을 가게 도와주었을 뿐입니다.
나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곁가지를 잘라주는 정원사처럼 내가 한 일이란 흙에
섞인 돌 부스러기나 나무뿌리 정도를 골라내고 흙이 원하는 모양이나 용도를 찾아주
거나 저마다의 마음에 맞는 벗을 찾아주는 정도였습니다.
말하자면 흙의 마음에 내 마음을 조금 섞어 원래 흙을 가고자 하는 길을 바르고 또
수월하게 가도록 하는데 보탬을 주고자 하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