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2
작은 불빛으로 만든 겨울 방에서 엄마는 어린 누이를 위해 헝겊 인형을 만들었어요. 내가 다섯 살, 누이가 세 살이었는데 함께 가지고 놀던 내 딱지놀이가 싫은 지 새로 사 준 것들도 나 내게 줘버렸지요. 동그란 딱지가 불룩해지는 주머니를 만질 때마다 얼마나 배불렀는 지 먹는 것을 줘도 눈은 늘 불룩한 내 딱지에게 가 있었어요.
어딜 가도 누이는 나를 따라 다녔는 데, 처음엔 얼마나 울며 따라다녔는 지 집에 가면 얼굴이 새까맣게 되었어요. 원래 남자 아이들 노는 것이야 늘 고함치고 때리고 부수고 그런 것인데, 아마도 누이는 그것이 싫었던게지요. 그래도 나는 참 착한 오빠였던 것 같아요. 어디 누이를 남자 애들 노는 데 데리고 다니겠어요.
하루 이틀 그렇게 따라놀던 누이는 이젠 내 놀이도 못 가도록 막았지요. 그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 분함을 누이에게 푼 적이 있었어요. 때리지도 않았는 데 겁이 많은 누이는 엉엉 큰 소리를 내며 울었고 그것을 달래기 위해 나는 엄마를 더 큰 소리로 부르며 울었어요. 아마 누이는 그 울음 소리에 조용해졌던 것 같아요.
엄마는 그 날 밤 어디선가 헝겊을 내고는 조용히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우린 그게 뭘까 궁금해하면서 늦도록 잠을 자지 않았지요. 멀뚱멀뚱 쳐다보는 우리에게 엄마는 작은 불빛같은 목소리로 누이가 갖고 놀 인형이라고 했어요. 사실 그 때부터였을거예요. 지금 내가 딱지나 막대칼이나 자동차 장난감보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누이의 헝겊 인형을 탐내며 좋아했던 것이요.
지금은 누이와 내가 뒤바뀐 게 아니냐고 말들 하지요. 누이는 멀쩡한 것들도 부숴서 다시 조립하고 그것을 다시 또 다른 것과 조합해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만들어내거든요. 반면에 나는 종이로 반죽해서 작은 인형들을 만들어요. 그리고 목소리를 변화시켜가며 나름대로 이야기도 곧잘 만들어내지요.
녀석이 누이의 바비인형을 빼앗아 즐겨 노는 것을 보니 그 옛날 생각이 잠시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