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인지 모른다
분명 사람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징글징글한 뱀이었다가 순하디 순하다는 양이다가 가끔은 꼬리 여러 개 달린 여우다가, 참 착하게 살았다 여길 무렵에야 꽤나 조신한 사람 그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런 사람으로 된다. 나이가 들수록 성은 점점 사그라들고 사람냄새만 진하게 우러난다. 혹자는 그리하여 국을 말아먹겠다고 하고 혹자는 고이고이 강물에 흘려보내거나 산바람에 무등을 태워 보낸다. 그러다 찰나에 점 하나로 기억되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태아를 본다. 양수를 온 몸에 바르면 그토록 빛이 날까. 비릿할 정도의 새 잎이 반짝이며 홀로 빛으로 발하여 산등성이로 기어간다. 아 밤이다 밤은 그래서 늘 몸이 무겁다 무성한 생각의 힘줄들이 새어들어 뒤엉키기때문이다 하지만 참는다 개미오줌만큼의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을 기어가면 새벽이 둘둘 말려오고 그땐 맘껏 뒹굴게 된다. 어느 새 아장아장 이불에서 나와 얌전한 베개에 누었다가 책 속에 활자가 되었다가 빛을 툭툭 털며 일어나 성큼 문을 연다. 거기에 시간이 활활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