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후(金勝厚)
묘역번호: 2-16
생 애: 1961.08.20 ~ 1980.05.24
성 별: 남
출 생 지: 광주
사망 원인: M-16 총상
사망 장소: 송암동 자택앞 노상
기 타: 공원
유 족: 김기수(부)
공수부대와 교도대 간의 교전이 계속되는 동안 도로 옆에 있던 송암동 주택가는 양편의 총탄이 함께 쏟아졌다. 교도대의 병력을 잠재운 공수부대는 이미 군끼리의 충돌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폭도들로 인해서 자기 동료들이 죽었다며 송암동 일대의 주택가를 다시 수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총탄을 피해 숨어있던 주민들에게 모두 손을 들고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어린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모두 두 손을 치켜들고 마당으로 끌려 나와야 했다. 그리고 공수들은 젊은이들을 색출했다...
모두 3세대가 살고 있었던 승후네 집에서 군인들에게 끌려나온 이는 모두 세 명이었다. 포항에서 공장생활을 하다가 집에 다니러 와 있던 권근립, 바로 옆에 있는 연탄공장의 운전기사였던 임병철, 그리고 선반공 승후였다. 세 사람의 신분을 차근차근 설명하지만, 공수부대원들은 “잠깐 물어볼 것이 있으니 조사가 끝나고 이상이 없으면 금방 돌려보내겠다”고 세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서 조사를 받는 것이냐”며 가족들이 따라 나서자 문밖에 있던 공수부대원이 총을 들이대며 집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게 했다. 애가 탔지만 가족들은 밖을 내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청년들을 끌고 나간 공수부대원들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철로에 그들을 세웠다. 그리고는 무조건 대검으로 찔렀다. 승후는 엉겁결에 대검을 손으로 잡아버렸다. 총에 착검된 대검이었다. 공수부대원이 찔렀던 총을 다시 끌어당겨 버리자 대검을 잡고 있었던 손가락이 모두 잘려 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옆에 서 있던 공수부대원의 M16 총구가 두 차례의 불을 뿜었고 승후는 가슴으로 벌건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쓰려졌다. 나머지 두 사람도 총에 맞아 하수도에 버려져 가족들이 그들을 찾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려야 했다...
총소리를 듣고도 얼어붙은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집안의 사람들은 요란하게 철수하는 군인들의 소리가 멀어진 다음에야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군 사이에 있었던 교전에서 불탄 트럭이 빗속에서도 아직 그 불길이 가시지 않고 타고 있었다. 그 곁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쓰러진 이의 밑으로는 빗물에 섞인 핏물이 도로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멀리서는 그 얼굴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아 가까이 가보고서야 알았다. 빗물에 젖고 있는 그 얼굴은 승후였다. 벌써 숨이 끊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끌어안으며 애타게 “승후야!"를 부르고 또 불렀지만 시신은 축 늘어진 채로 아버지 가슴에 안기지도 못했다...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