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섯의 봄
프로젝트가 다 끝났어 희미하게 웃는 그의 입꼬리를 보며 놀고있는 나는 할 말이 없다 얼마 줬어요 헤드헌터한테 모르긴 몰라도 그 돈 아직 안 빠졌지 않나 안 그래요 그렇지 흐흐흐 만화에서나 읽히는 웃음소리를 그는 낼 줄 모른다 생각했다 억대 연봉의 아내가 있으니 전업주부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누군가 말했다는데 뭐 어때 하며 웃어 넘겼지만 이번엔 또 사무실은 나와도 돼 대신 월급은 없네 하는 친구도 있다고 소주잔이 흔들린다 소주 한 병이면 하루를 넘기는 데 아무 문제 없는 듯 집으로 돌아가는 마흔 여섯 이월까지만 근무하게 될거야 그래요 알아보고는 있어 또 헤드헌터에게요 응 그렇지 뭐 잘 되실거예요 그럼 잘 돼야지 뭐 안 되면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벌써 이십 년 넘게 한 번도 제대로 놀지 못하셨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억.억.억. 그는 억울하다 억울해서 그만 달리기를 포기할 수 없다 억대 연봉의 아내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다는데 그 마음은 오죽하겠냐고 별로 쓰지도 않은 소주병 처음처럼하며 산뜻한 척 손을 내민다 프로젝트가 다 끝났어 우린 해체야 돈은 돈대로 일을 돈과 맞바꾼 그는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다시 헤드헌터의 도깨비 방망이를 기다리고 있다 정말이지 허리에 손을 짚고 윙크를 하는 저 여자가 필요한 한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