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 나는 골목
향냄새가 나는 골목을 알까. 깊은 골목 키보다 높아 위에서 내려보지 않으면 담과 담 사이가 담이 되어버리는 그 골목. 일요일 오후 해도 닿지 않은 골목에 눈처럼 하이얀 털스웨터를 입고 흰 머리의 할머니가 웃으며 다가왔다. 뭘 보고 있어. 네. 깜짝 놀란 나에게 해맑게 웃으며 마치 오래 전에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다가왔다. 나처럼 울퉁불퉁한 차가운 벽에 배를 대고 100미터도 안 된 거리에서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을 보았다. 할머니 향냄새가 나요. 향 피우시나봐요. 향. 아니 난 향 안 피워. 그래요. 등 뒤에 있는 남자를 보고 한 마디 더 붙이며 외로움을 달래오는 할머니. 신랑인가. 열 두 살 차이가 나는 제 후배예요라고 곧이 곧대로 답하기엔 할머니의 해맑은 생각을 민망하게 할까봐 네에 하며 웃었더니 참 좋아보이네 색시도 잘 웃고 그러니까 참 좋구 듣기라도 한 듯 후배는 골목 저 너머로 가고 바짝 뒤를 따라 가는데 문이 열린 한 집이 있다. 아마도 할머니 집이겠지 싶다. 모르긴 해도 그 골목엔 늘 향내가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늘 향수를 뿌리지. 할머니 냄새라도 날까봐요. 아니 아직 그렇게 늙진 않았어. 그냥 향수가 있어야 좋아. 겨울에 본 봄꽃이 저리도 화사할까. 하얀 머리칼을 곱게 넘겨 빗고 눈처럼 하이얀 털스웨터를 입은 할머니. 흐음 향냄새가 퍼져온다. 그것이 향수라해도. 내겐 아주 오랜 수행으로 베어나는 좋은 살냄새다. 오래도록 맑게 살면 향내가 베어난다 하지 않는가. 할머니는 겨울이 아니라 늘 봄이었을거란 생각과 함께 앞으로도 오래도록 향내가 베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