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2007. 2.
동물원은 언제나 기묘하게 어그러짐을 보여준다.
그들이 먹고 자고 성교하고 배설하는 것을
좋아라 하고 당당히 훔쳐 본다.
체념한 듯 하지만 실상은
내가 그들에게 보여진다.
그 안을 걷는 동안
아이 참 귀여운 토끼를 생각하고
그것을 즐기는 나는 순결하고 귀엽다고 자위하지.
나는 그렇게 매져키스트가 되지는 못한다.
그저 굴욕에 익숙할 뿐이지.
늘상 먹먹함에 극을 맛보려 쾌락에 탐닉하는 곳이었지만
함께 한 어린 아이는
자신의 연애담따위를 쏟아부으며
나의 순발력을 테스트하였다.
덕분에 아무런 생각없이 걷는 것에 집중 할 수 있었다.
파충류관은 생각보다 안락한 곳이었으며
돌고래는 보지 못했고
기린과 얼룩말에 흥분했다.
사진기사 노릇은
모처럼 손에 쥔 카메라를
흥분한 마음에 제멋대로 찰칵해서
대려간 아이에게 혼났다.
나는 굴욕에 익숙하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