壁&花 Ⅱ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님의 꽃]
이름 모르는 꽃나무가 나를 본다. 그런 눈으로 나를 봐도, 나는 너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이름을 붙여줄 수 없단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건 욕심일 뿐인걸. 미안해. 너에게 이름을 붙여줄 다른 이를 기다려 보렴. 나는 그냥 바람처럼 지나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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