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 본 그의 어깨는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것을 발견한 어느날.
나는.. 나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꺼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을 스치는 바람 사이로..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밑에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 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돈 벌어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젠 더이상 그를 두려워 하지 않는 아내와..다 커버린 자식들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이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이 될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나는 아직도 모든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볼쯤에 이루어질것이다.
오늘밤 나는 몇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나갈 것이다.
할말은 길어진 그림자뒤로 묻어둔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속으로 같이 걸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