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朴賢淑)
묘역번호: 2-03
생 애: 1964.03.27 ~ 1980.05.23
성 별: 여
출 생 지: 담양
사망 원인: M-16 총상
사망 장소: 지원동 화순간 도로상
기 타: 학생(송원여상 3학년)
유 족: 박장춘(부)
대우가 누나를 마지막으로 본 날은 23일이었다. 현숙이는 21일부터 도청에 들어갔다가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남동생을 챙겼다. 집에는 이미 쌀이 떨어지고 없었으므로 밥도 해주지 못하고 달리 챙길 것이 없었지만, 소란스런 시기에 동생을 혼자 둘 수는 없었다. 그러다 23일 시민군과 함께 화순으로 시신을 담을 관을 구하러 가기 위해 차를 타야 했다. 동생이 걱정이 된 현숙은 집에 있는 대우를 데리고 나와 함께 차를 탔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인 어린 대우는 총을 들고 분노로 이글이글 타는 시민군들의 틈에서 겁이 났다. 계속 무섭다고 누나를 보채는 대우를 데리고 갈 수 없어 서방쯤에서 동생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현숙이도 함께 내리고 싶었지만, 어린 대우와는 달리 고3이나 되는 현숙이는 혹시 혼자 돌아다니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는지라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리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대우는 집으로 돌아오고 현숙이는 계속 화순 가는 버스 안에 있었다...
현숙이가 탄 소형버스가 주남마을을 지날 때 요란스런 총소리와 함께 운전수가 쓰러지고 차바퀴에 구멍이 났다. 힘을 잃은 차는 길옆 도랑으로 빠지고 차안으로 총을 바짝 치켜든 군인들이 뚜벅뚜벅 올라섰다. 그러고는 겁에 질려 있는 차 안의 사람들을 향해 쉴새 없이 총을 쏘아댔다...
‘우측 두부 2×1cm의 맹관 총상, 뒷가슴 2×2cm의 맹관 총상, 좌측 둔부 0.5×0.5cm의 세 군데 관통상, 우하퇴부 파편상, 우하퇴부 1×2cm의 맹관 총상, 우족장부 4cm와 3cm의 열상.’
시체검안서에 기록된 현숙이의 사인이다. 일곱 발의 총알을 맞은 것이다. 한 고등학생의 몸에 향해진 계엄군의 총구는 미쳐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사람을 총으로 난자해버릴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었다. 가슴과 허리, 그리고 하복부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총에 현숙이의 바지는 마치 걸레처럼 찢겨져 있었다. 옷뿐이 아니었다. 수발의 총알이 훑고 지나간 온몸이 그렇게 찢겨져 있었다...
공부보다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숙이를 달래서 송원여상에 보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늘상 우등상을 놓치지 않았던 딸인지라 공부를 그만두는 것이 아까웠다. 대학에도 보내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기에 여상에 보냈다. 주산 부기 모든 것에서 단연 앞섰던 현숙이는 벌써 직장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해 7월부터 은행에 출근을 하기로 되어 있었던 현숙이는 한껏 꿈에 부풀어 있었다.
“엄마, 인자 고생 끝났네. 근디, 나, 엄마한테 나 들어간 돈만큼만 줄라네. 더는 바라지도 마소. 흐흐…….”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