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자(高英子) 묘역번호: 1-96 생 애: 1954.11.14 ~ 1980.05.23 성 별: 여 출 생 지: 화순 사망 원인: M-16 총상 사망 장소: 지원동 화순간 도로상 기 타: 공원(일신방직) 유 족: 고재린(부) 예쁜 옷도 입고 싶고, 화장품도 사서 치장도 하고 싶은 스물다섯 젊은 처녀였다. 그러나 고생만 하시는 부모님 생각에, 어린 동생들의 아른거리는 얼굴 때문에 그녀는 월급을 받으면 고스란히 아버지께 보내던 속 깊은 딸이었다... 21일 퇴각한 계엄군은 시 외곽으로 빠져 진을 치고 있었으니 영자 씨가 가려는 화순의 입구인 주남마을에서도 그들의 살벌한 인육사냥은 계속되고 있었다. 광주를 들고나는 ‘불순분자’를 색출한다는 명분 아래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휘둘러대는 곤봉, 칼, 총, 끊이지 않는 총소리에 마을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공포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을 영자 씨는 모르고 있었다... 결국 딸의 행방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영자가 다니는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전대병원으로 갔다. 영자가 죽어 전대병원에 있다는 것이다. 겨우겨우 찾은 영자는 차마 사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없었다. 오른쪽 어깨는 다 타버린 듯했다. 양쪽 가슴에 난 총알구멍. 그리고 얼마나 많이 총을 쏘았는지 아래쪽의 벌집 쑤셔놓은 듯한 모습에 아버지는 참담함을 누를 길이 없었다. 관에 넣을 때도 어깨가 덜렁거려서 손을 대는 것마저 불안했다... 1983년 영자는 신랑을 맞았다. 화순 녹동마을에 있는 누나네에 가다 총에 맞아 사망한 김윤수 씨와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있다. 힘든 세상에 태어나 활짝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젊은 두 청춘이 서로의 아름다운 반쪽을 만났다. 가엾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서로의 기쁨이 되어 살고 있으리라...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
현린[玄潾]
2007-01-28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