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꽃바람
미워하지 마
사랑해 줘
철조망을 넘어온 봄바람이
찔레꽃 덤불에 앉으며 얘기했다
아파하지 마
고통이라고 절망이라고
증오라고 생각해 온 것들 그 모든
상실이라고 생각해 온 것들에 대하여
다시 눈감고 생각해 줘
찔레꽃이 조용히 눈을 감으며
튀어나온 광대뼈에 눈물빛이 스쳤다
다시 안아 줘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힘세게
부서지게 으스러지도록
다시는 우리 흩어지지 않도록
찔레꽃이 봄바람을
뜨겁게 껴안으며 얘기했다
곽재구 - '봄바람과 찔레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