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아침은 언제 오는가
숨/아침은 언제 오는가
사립문 열릴 때
졸고 있던 새벽별들이 깬다
물안개가 유영하는 어둔 강둑길
흰머리는 안개에 적시고
찬이슬 풀숲에 발을 담그며
산 아래 교회당으로 총총히 걸어가는 할머니
젖은 신발을 벗고
예배당 미닫이문 가장 먼저 열고
자궁처럼 캄캄한 성소를 더듬으며 한 발
아득히 깊은 제단으로 조심스레 한 발
다가가 밝혀 놓는 일곱 촛등,
그 앞에 떨며 앉아
눈감고 적막에 귀 기울이면
마음 심지에 불꽃 한 점 타올라
시나브로 환해지고
점점 따스해져
강둑 따라 다시
마을을 에돌아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 흰머리 위로
동녘 하늘 문득 열리다,
할머니 젖은 걸음 뒤따르며
바람이 어둠을 쓸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