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손가락
이 사진을 찍을 때도 몰랐다.
사진을 거두고 가방에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꺼내 찍을 때도 몰랐다.
지지직 소리와 함께 뽑아진 사진을 흔들며 아이에게 건넬 때 그제서야 알았다.
아이는 양손을 합해 손가락이라 할 만한 것이 두 개 밖에 없었다.
또한 고개를 살짝 떨구니 오른쪽 다리도 뒤틀려 있었다.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흔들면 흔들수록 점점 선명해져가는 사진 덕분에 분위기는 한창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마치 네가 원래 그런 줄 알았다는 듯,
그런 게 뭐 대수냐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와 악수를 하고,
볼을 살짝 꼬집어 주고,
아이에게서 사진을 뺏어 대신 더 흔들어 주고,
주위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일일이 사진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다시 아이의 두 손가락 사이에 사진을 끼워주고,
V 자를 그리며 안녕 손을 흔드는 아이를 뒤로 하며 자리를 떴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Inle lake, Myan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