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을 걸다 문이 잠깐 기다려주었다. 그녀를 장애물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남자에겐 얼마나 시원한 일이든가. 그럼에도 문은 아주 잠깐만 기다려주었는지 얼굴을 내밀어 무슨 말인가 건네려고 하는 순간 겨울이 남기고 간 자욱 앞에 누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녀를 장애물 없이 볼 수 있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군. 그녀의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모습을 그녀의 모습처럼 모로 서서 보고 있자니 잠시나마 멈춰준 전동차 기사에게 괜한 감사가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눈을 맞추기위해 잠시 서있어주거나 손을 흔들어주거나 남들 모르게 눈을 깜빡이는 일은 이제 없다. 묵묵히 그녀의 길을 갔고 그녀의 눈은 핸드폰 속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결코 전동차 문이 닫혀지는 소리가 크지 않았음에도 남자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을 뿐 아니라 어느 새 유리창으로 눈물이 말라붙고 있었다. 이별은 별 것이 아니구나. 남자는 정착하는 역마다 습관처럼 고개를 내밀고 킁킁 거리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고 전동차의 사정상 조금이라도 지체를 하는 역에선 아예 나가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남자는 역을 그냥 스치지 못하게 되었다. 문은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그는 늘 문의 여닫음과는 상관없이 빗장을 걸었다 풀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알섬
2007-01-03 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