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林正植)
묘역번호: 1-88
생 애: 1962.03.08 ~ 1980.05.22
성 별: 남
출 생 지: 광주
사망 원인: 칼빈 총상
사망 장소: 장소 불상
기 타: 무직
유 족: 임경열(부)
“엄마! 위험해요. 오지 마세요!”
당신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쓰러지며 눈을 뜨지 못하는 아들을 부여안은 어머니의 가슴은 그대로 돌이 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아들을 살려야 한다. 피가 낭자하고 의식을 잃어가는 정식이의 몸은 축 늘어지고 힘이 없다.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정식을 끌었다...
“아무도 없소? 문 좀 열어보시오. 우리 아들이 총에 맞았는디, 우리 아들, 우리 정식이 좀 숨겨주시오? 예? 문, 문 좀……우리 아들 좀 살려주시오. 아이고, 우리 정식이…….”
방바닥은 온통 피에 젖고, 그때까지도 정식의 등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오른쪽 가슴을 지난 총알이 등을 뚫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메리야스를 벗겨 총알이 지나간 자리를 꼬옥 누르고만 있다. 등에서 흐르는 피를 멈춰보겠다고 누르지만 속옷은 금방 피에 젖고 흐르는 피는 멈출 줄을 몰랐다...
정식이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을 가겠다며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공부하는 틈틈이 벽돌공장에도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줬다. 대학에 다니는 큰형과, 상무대에서 군복무 중인 둘째형을 대신해 아들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을 정식이는 무력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군부에 맞서 거리에 쏟아져 나온 많은 사람들을 보고, 진정 세상을 사랑하고 구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단지 어두운 방구석에 앉아 두 손을 모은 기도가 아닌, 발로 가슴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실천임을 깨달은 정식이는 거리로 달려 나갔다. 도청에, 충장로에, 금남로에 정식이는 서 있었다...
작은형의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정식이는 되려 형에게 답답하다는 듯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방을 나가 버렸다. 형의 말을 듣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정식이도 겁이 났다. 22일 시민과 주택가를 향해 함부로 쏘아버리는 총소리를 들은 정식이는 처음 들어보는 총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시민들 속에 섞여 있던 정식이는 놀라 얼른 집 근처의 골목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건너편 골목에서 어머니가 두리번거리며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가 위험에 처했다는 판단이 선 정식이는 저도 모르게 어머니를 부르며 뛰어나갔다...
1984년, 단 하루도 편할 날 없이 바늘방석에 앉은 듯 편한 잠 한번 드시지 못하시고, 맘껏 웃어보지도 못하시고 4년을 버텨 오신 어머니는 당신의 죄로 아들을 보냈다는 말씀만 하시다 가셨다...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