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다,지만
머얼리 아파트 군단을 바라본다
바라보는 거리만큼 내 집을 만들기가 더 아득해져버렸다
저렇게 집들이 많은데 내 집은 없다
낮에 종부세를 내고와서는 억울해 죽겠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여자의 천연덕스러움에
내시경을 찍어봐야지 싶을 토악질을 했다
아래를 보고 살자 여보
우리는 그래도 밥은 먹고 살잖아
고마운 아내의 말 한마디에도 아슴찮은 내 속은 담배를 피워물고 만다
오래도록 바라보자니 눈물이 난다
하루살이 인생들의 앓는 소리가 쿨럭거리며 허옇게 하늘로 솟는다
담배연기에도 아랑곳없이 허리에 달라붙는 여덟살 아들놈의 손이 보드랍다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다말고 뭐라뭐라 또 말하는 아내
우리 그래도 건강하게 한 해를 살았잖아
아프지 않고 우리 세 식구 산 것만으로도 행복하잖아 여보
아내의 말이 집 한 채다
아래를 보고 살자 그래 깜냥껏 살다보면 무럭무럭 행복이 자라지 않겠어
어느 사이 성에 낀 베란다 유리창에 송이송이 함박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아득하다
지만
욕심없이 웃어주는 아내와 아들이 있어 든든하다
<<*^00^* 레이소다님들~ 돼지해 주렁주렁 복이 열리시길 기원합니다. 늘 처음처럼 늘 햇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