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단상 눈 오는 날의 단상 / 안재동 전투력을 상실한 나라에 점령군처럼 내려온다 도도하게 떨어지는 함박눈 오염과 분진 검댕들 몽땅 대지에 파묻히고 있다 꾸들꾸들 굳어버린 권태와 무료함도 묻힌다 우리네 각자의 손익이 그려진 담벼락, 철망을 자유로이 넘실대며 떨어지는 저 분방한 눈 들판엔 내던져야 할 내 가진 어떤 욕심들과 부끄러움들이 보이지 않는가? 현란하던 잎들 다 떨어내진 나무들 내게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의 단순함이다
Binson
2006-12-26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