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노을
겨울, 금강 하구둑에서
김상선
산발한 바람앞에 흩어지는 눈발, 눈발
온기 잃은 밤바다에 등불처럼 내려앉아
진혼곡 넘치는 바다 넋을 놓고 울음 운다.
제 그리움 못이겨 신열이 돋는 바다
수평선에 닫고 싶은 늙은집의 발목까지
파도를 데리고 와서 적시고도 싶었다.
모눈종이 劃이 지는 바다의 깊은 상처
딱지처럼 붙어있는 폐선의 꿈 하나가
당골네 끓는 神氣運 시나위로 달래는 밤.
분분한 字母들은 눈발보다 더 맵차다
별 하나 저 갯벌에 힘겹게 내렸어도
우듬지 겨울냉기로 쓸고가는 천형의 땅.
* 2001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