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 3
이정환 ( i TV 방송작가) 2003.1.30
"...저희 집안은 원래 경주이씨 였습니다. 근데 선조 할아버지께서 고려 공민왕때 큰 공을 세워 황해도 지방에 있는 재령군 땅을 녹읍으로 하사받았습니다. 그 후 조선이 개국되면서 경주이씨 집안 사람들이 고려시대에 큰 공을 세운 우리 선조 할아버지를 멀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 할아버지께서는 경주이씨에서 나와 재령이씨로 분가를 하셨지요. 그리고 식솔들을 거느리고 남부지방으로 내려와 오랫동안 벼슬을 멀리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배경이 바로 함안지역에 정착한 저희 선조들의 이야기입니다. 함안에서 모여살던 재령이씨는 나중에 남원으로 진주로 경북으로 흩어져서 뿌리를 내립니다. 저는 전라도에서 태어난 재령이씨입니다. 전라도 사람이지요 하지만 부모님들이 부산 수정동으로 이주한 관계로 말을 배우고 자란 곳은 부산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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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겸 친구인 정환의 말씨는 내가 보기엔 좀 오리무중이다.
서울내기들이 들으면 영판 부산말 인줄 알겠지만
내 귀에는 전라도 억양이 얼핏얼핏 묻혀 들기도 한다.
서울생활 까지 오래한 탓에 [홍콩]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에 서울 말씨를 쓰면서 고향이 서울이라고
밝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전라도였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서울이 고향이라는 그들의 말에 대해
이미 의심을 한자락 깔고 있었다.
가끔 "...저 친구 전라도야!~" 라면서 무슨 은밀한 정보인양 흘려 주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어쩜 그럴수가!~" 라고 코믹스럽게 정색을 하며 맞장구를 치지만...ㅋㄷㅋㄷ ^^*
사실은 나도 과거에 그런 류의 [은밀한 정보]를 유통시킨 적이 있다. -.-;;;
나도 처음에는 고향을 속이는 인간들을 경멸했다.
"역시..전라도는 전라도야!~" 하면서
내속의 지역감정을 강화하고 합리화하는데 요긴한 재료로 삼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 보니 고향을 속이는 사람들은
매우매우 순진하거나 절박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왜냐하면 그건 속여서도 안될 뿐더러 결코 속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나 뻔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을 해 볼 여지가 있는 게 아닐까?
***
여러분들과 함께 만드는 연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 감상평 많이 써 주세요. 여러분의 구체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남진]의 내용 중에서 나훈아 테러 사건은 오래전 일이고 사실관계가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가진 정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알고계신 내용 있으시면 리플로 좀 올려 주세요.
저는 나훈아 얼굴의 흉터를 볼때마다...성형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남진이 사주한 게 아니라, 모 부대 군인이 남진에게 돈을 요구하기 위해
나훈아의 얼굴을 맥주병으로 긁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참에 그 군인 아저씨를 수소문해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