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顧) 혹은 고(孤)
두 발을 놓아라
이제 네 발을 사용할 때다
허옇게 온 몸을 감싸오는 시간의 흔적 앞에
나 겸허히 고개를 숙이고 등을 굽히며 무릎을 꿇습니다
감히 몸의 사그라듬에 분노하지 않고
감히 굽어진 몸을 저어하는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멈춥니다
존재를 알리기위해 소리를 내며 세상에 놓였으나
존재의 사그라듬을 위해 이제 침묵을 놓고 가려합니다
요즘 몸은 등이 하는 말을 참 잘 듣습니다
세상 어떤 것에도 고개를 숙여 허리를 숙여 겸허해지십시오
그러마그러마하며 몸은 골목 이곳 저곳의 사소한 기억마저도 기억하며
동안 함께 해온 것에 두루두루 인사를 합니다
고(孤)했으니 고(顧)가 힘겹지 않습니다
고(顧)했으니 세상에 고(告)할 것은 그저 침묵입니다
그저 땅에 감사하고 하늘을 우러러 누으면
그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