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눈이 안 보이는 악사.
황제만 지난다는 문을 지나 지하도를 건너 재래 시장을 가는데, 지하도에서 소리가 났다.
공후와 닮은 것인데 소리에 집중할 만큼의 환경이나 솜씨는 아니었다.
악사의 앞에 놓인 깡통에 얼마를 놓고 잠시 묵념하듯 섰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지만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악사에게서 세월을 스치는 건조한 바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서서히 식어가고 음악은 오래도록 남아 그를 들려줄 수 있겠지 싶다.
12월.
저마다 연주하는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올핸 어떤 아름다운 연주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