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서 갈갈이 찢겨진 채 죽어간 물고기 한 마리...
물고기가 아니면 어떠하리...
밀가루라 해도, 심지어 생명이 아닌 돌조각이라 해도... 뭐가 다를 것인가?
어릴 적 동네 길바닥에는 간혹 약먹고 죽은 쥐들이 통통하니, 널부러져 있었지.
아이들은 실을 가져와 쥐꼬리를 묶어 빙빙 돌리며 놀다, 거기 그냥 던져두고는 집으로 들어가곤 했었지.
다음 날 쥐를 살펴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애벌레들이 껍질을 뚫고 내장을 헤집고다니면서 꼬물꼬물거리고 있었지.
그 시절엔 소달구지가 서울 변두리를 돌아다니곤 했었다.
운수 나쁘게 쥐와 애벌레의 군체 위로 큼지막한 소 발굽이나 달구지 바퀴가 지나가게 되면,
쥐는 두툼한 잿빛 도화지처럼 납작해지고 말았지. 애벌레들은 온데간데 없이...
여전히 아슬아슬한 실만 매달려 있었지.
짖궂은 꼬맹이들은 껍데기만 남은 쥐를 다시 빙빙 돌리곤 했었지.
그러다 제 풀에 지쳐 꼬마들이 껍데기를 내던지고 돌아가버리면,
바짝 말라 생기없는 쥐의 짧은 털들과 가죽부스러기는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지.
며칠 후, 동네 길바닥에 약먹고 죽어 나동그라졌던 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우리들은, 얼마 전까지 생명이 깃들어 있었던 쥐흙덩이들을 움켜쥐고 아무렇지도 않게 놀곤 했었다.
어떤 애들은 가끔 흙을 먹기도 했었다.
그렇게 삶과 죽음을 가뿐하게 배우며 자라났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