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yssee #72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강연호 문득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이 만드는 저 물 위의 파문, 언젠가 그대의 뒷모습처럼 파문은 잠시 마음 접혔던 물주름을 펴고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파문의 뿌리를 둘러싼 동심원의 기억을 기억한다 그 뿌리에서 자란 나이테의 나무를 기억한다 가엾은 연초록에서 너무 지친 초록에 이르기까지 한 나무의 잎새들도 자세히 보면 제각기 색을 달리하며 존재의 경계를 이루어 필생의 힘으로 저를 흔든다 처음에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줄 알았지 그게 아니라 아주 오랜 기다림으로 스스로를 흔들어 바람도 햇살도 새들도 불러모은다는 것을 흔들다가 저렇게 몸을 던지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모든 움직임이 정지의 무수한 연속이거나 혹은 모든 정지가 움직임의 한순간이듯 물 위에 떠서 머뭇거리는 저 나뭇잎의 고요는 사라진 파문의 사라지지 않은 비명을 숨기고 있다 그러므로 글썽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뿌리가 젖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75mm, TX 2006. 포항 형산강
no mad
2006-11-22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