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 2 남진 2001.10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 그러니까 70년대 초중반 무렵 남진과 나훈아 라는 가수가 있었다. 나는 그때 이미 부산 초량의 연탄집 아들 나훈아 보다도 목포의 국회의원 아들 남진을 더 "싫어" 했다. 전축 소리 맞추어 짝다리 짚은 다리를 흔들면서,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를 곧잘 따라부르면서도 나는 남진을 "싫어" 했다. 왜냐면 남진이나 나훈아가 TV에 나오면 어른들이 꼭 한마디씩 잊지 않고 하는 말을 늘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남진이 깡패를 동원해 맥주병으로 라이벌 나훈아를 테러했다는... 그래서 죽일 놈이라는..류의 성토였다 어른이 되고나서도 나는 그 기억 때문이었는지 TV에서 남진을 보면 느끼하다, 징그럽다, 비겁하다 따위의 형용사를 머리속에서 끄집어내곤 했던 것이다. 실제로 과연 남진이 폭력배를 사주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들로 부터 주워들은 몇가지 이야기는 무지한 어린아이로 하여금 그 '잘난' 가수 남진을 충분히 미워할 수 있게 했다. 지역감정 혹은 호남차별의식이 세대가 바뀌면 자연스레 나아지거나 사라질거라는 낙관적인 소릴 종종 듣는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장에 대해 아주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밥상머리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부모들이 밥 먹으면서, 뉴스 보면서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이 다 어디로 가겠나? 그건 담배 연기처럼 허공에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의 투표행태를 조사해 보았더니 아버지의 투표행태와 일치하는 경우가 70%에 이른다는 보도는 지역의식이 결코 시간과 함께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가 아닐까?
화덕헌
2003-10-1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