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全燃燒
Photo By Skyraider
2006. 11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지
겨울의 문 앞에서 나무등걸에 피어난 봄꽃을 만난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초겨울의 날씨 속에서 아마 녀석은 안간힘을 쓰고 꽃을
피웠을 것이다. 하지만, 가혹한 삭풍이 녀석을 비켜가주지는 않을터,
아마도 다시 서리가 내릴 무렵이면 녀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다시 날이 풀릴 때, 녀석은...
아니 녀석의 자손은 다시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란걸.
..모든 일은 시작과 마지막이 있지만 결국 그 둘은 맞닿아있었다.
최후의 순간이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며, 최초가 결국 최후로 통한다는 것.
묘지에 피어난 이름없는 꽃처럼 모든 것이 끝난 순간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순전히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다.
실상,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 바람의 말
BGM : ABBA - I Wo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