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골목에서 한 달간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을 여행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륙을 가로 지르는 기차는 24시간을 내리 달립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사막’ 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위로 쉬지 않고 달립니다. 사막의 푸석한 웃음은 도리어 나를 여유롭게 합니다. 바쁜 여정들을 보낸 터라 긴 기차여행이 주는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쪼개진 사막 땅 사이로 간혹 파스텔 톤의 나무가 지나갑니다. 각인된 몇 개의 색깔들이 눈물을 만듭니다. 기차를 타기 며칠 전입니다. 길을 재촉하며 걷다가 잠시 멈춘 사이에 코앞에서 벌어진 사고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신부가 탄 리무진 차가 할아버지를 치었습니다. 쓰러져 있는 할아버지 뒤로 신부는 서둘러 도망합니다. 그러면 결혼식장에는 늦지 않게 도착하겠지요. 인자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너무나 슬픕니다.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 누구 하나 뛰어 들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교통사고로 다친 이에게 처음 손대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흘러나온 붉은 피는 너무도 뜨거워 보입니다. 누구도 이 죽음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중국인들에 환멸을 느꼈지만, 이내 나 또한 생명 앞에 구경꾼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피 흘림에 대해 알리바이를 가진 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우루무치 소학교에서 위구르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우루무치는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의 신장위구루 자치구의 수도입니다. 이곳은 중국 땅이지만, 한족이 아닌 750만이 넘는 위구르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말할 때 ‘한 많은 민족’이라고들 합니다. 위구르인들이 그렇습니다. 이 땅에는 천연 자원이 너무 많아 중국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땅이라고 합니다. 위구르인들이 독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나라를 가지지 못한 한. 피지배 민족이라는 한. 한족과의 오해와 반목들. 소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난한 위구르인들이 모인 곳입니다. 아이들. 어찌나 눈망울 들이 맑던 지요. 눈과 눈을 대하다. 손을 보았습니다. 손을 찍으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열 살 채 안된 아이들의 손이 팔십의 할미손이 되어 있습니다. 조그만 거북손들은 회색빛 한이 어려 있습니다. 누추한 옷을 입은 이들은 사랑 받기에도 서툴렀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팔 벌려 안으려면 움찔거리며 손을 가립니다. 우루무치의 골목에서 이 한 많은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카메라는 저만치 던져두고 두 팔 벌려 안았습니다. 이젠, 티에런도 민짜이도 내 품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내 가슴의 쿵쾅거림이, 내 진심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멀미가 났습니다. 생명 앞에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아이들을 껴안았습니다. 죽음 앞에 구경꾼이 되지 않기를... 손에 잡힐 듯 ‘실제’하는 무언가를 나누어야만 그 서러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셉이
2006-11-07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