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老母)
노모여
늙지 않으려했으나
낡지 않으려했으나
아침 일찍 손가방을 엉덩이에 꿰차고
굽어진 허리를 몰래 펴기위해 집을 나서는구나
아들며느리 새벽 밥상 차려 학교 보내고
선 채로 밥 한 술 말아먹노라
누군가의 아들며느리 알찬 미래를 위해
손주놈들 깨워 또 학교 보내노라
노모여
어디로 나서는가
시월의 햇살 채 드리워지기도 전에
붉게 물든 비상등을 낯 몰라라 한 채
늙지 않으려 했으나
낡지 않으려 했으나
나 아직 쓰일모 있다해도
나 아직 쓰일모 없다해서
아침 일찍 그 모습 그림자도 비추기 싫어
깊숙히 고개 숙여 어디로 가는구나
노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