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 눈에는, 우리 학교 2학년 여학생 중에 무척 아름다운 두 아이들...
★
오래 전 중학교 3학년 때, '학원'이라는 잡지가 매달 출간되었다.
패션과 가십 위주의 요즘 잡지와는 달리, 당시 학원 잡지에는
제법 글재를 갖춘 중고등학생들의 수준높은 시나 수필, 단편소설 등이 실리곤 했었고
타고난 글재주 없이 문학에 관심만 컸던 나로서는 천재또래들의 글향기나마 맡고싶어
몹시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학원 1월특별호(- 신춘문예와 비스미리한 작품들을 모아 둔...)를 구입했었다.
특별호 표지에는 두명의 여중학생이 한복차림, 세배 자세로 앉아있었는데,
표지설명에 의하면 둘이 쌍둥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데 둘의 얼굴은 전혀 판이하였다.
둘 중 하나의 얼굴은 완전히 나의 이상형(그 당시)이었음에 반해
다른 하나는 내 이상형에 비해 조금 모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예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
친구가 놀러왔다.
표지를 보여주며,
"얘... 참 예쁘지?"
물었더니, 친구는
왠지 나를 놀리듯 느글거리면서
"걔가 뭐가 예쁘냐? 얘가 예쁘지...!!!"
"장난하지 마라. 그 애가 뭐가 예쁘냐?"
"장난하는 거 아냐. 너야말로 웃기지 좀 마라..."
"정말 이럴 거냐...?"
어린 시절에는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싸우기 십상이다.
다행히 싸움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둘은 특별호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어른, 또래 할 것 없이 만나는 사람마다
표지를 보여주며 물어보았다.
"둘 중에 누가 더 예뻐요...?"
★
사람마다 달랐다.
둘 다 다소간 의아해했다.
그리곤 둘 다 뭔가 깨달았다.
아주 단순한 진리...
뭐든지 '제 눈에 안경' 이라는 사실을...
★
희미한 기억 속의 두 얼굴이라서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나이가 한참 들어버린 지금 그 특별호의 표지를 다시 본다면,
나도
친구가 예쁘다고 보았던 그 아이를
더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레이소다에 사진을 올려도 좋다고 쾌히 허락해준
아름다운 희주와 기연이에게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희주야~ 기연아~
지금보다 더 이쁘게...
그보다는 훨씬 더 소중한 아름다운 마음을 향해
잘 커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