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뜨락에 내 어머니의 손은 마이더스보다 더 빛난다. 도톰한 손등이 세월에 거칠어졌지만 만지는 것은 모두가 반짝이고 살이 되어 잘 자란다. 그런 내 어머니의 뜨락이 길어졌다.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좁은 골목 한 켠으로 줄지어 늘어선 텃밭엔 가느라단 대나무부터 비를 가릴 수 있을만큼 넓은 잎의 토란, 가시가 많아도 제법 자태를 뽐내는 선인장 등 바람이나 비가 올 때쯤이면 사람처럼 움직이며 기척을 낸다. 한 번은 누군가 죽었다고 혹시 살릴 수 있지 않겠냐며 가져온 화분을 멋드러지게 살려서 돌려보낸 적도 있다. 정성때문이리라. 그리고 제때 밥을 먹듯 마음을 다해 보살피면 그 무엇에게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리라. 그 뒤로 내 어머니에게는 종종 삐적 마른 나무와 꽃들이 심심찮게 들어왔고, 아주 어린 나무도 잘 키워 돌려주기도 했다. 지금은 내 어머니의 뜨락에 침입자가 생기고있다. 손맛이 좋아 김치와 된장, 고추장이 맛있다니까 하나둘 담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셨다. 올여름엔 동생에게로 간 된장을 내 어머니가 조금 나눠달라 하셨단다. 내 어머니의 따끈한 밥상이 그리워 오는 이들이게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마음차지 않아 조금씩 담아주셨다는데 오는 이는 혼자지만 보내는 이는 그 여러 혼자들을 어찌 다 서운치 않게 보냈을 것인가. 하여 내 어머니는 내년 일 년치의 그 맡은 음식을 위해 여기저기서 항아리들을 받아오시거나 돈을 주고 가져오셨다한다. 추석에 내려가보니 메주 띄울 공간도 마련해두시고, 그 곳에 기름까지 가득 부어놓으시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으셨다. 예전에 빨래를 널었던 막대기도 한 쪽으로 밀리고, 대추나무와 철쭉과 국화들이 있던 자리엔 어느 새 엉덩이 푸짐한 장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 어머니의 아쉬움은 조금씩 다른 집으로 돌아간 나무와 꽃들에게도 있겠지만 또다른 것으로 인한 희망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번 겨울나기는 몸이 고달플 수 있겠지만 마음은 훈훈하게 한 집 한 집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뿌듯함에 남다를거란 생각이다. 그래도 어머니의 담벼락에 오늘도 따사롭게 비추이는 햇살로 인해, 대잎들의 속닥거림과 사철나무의 뽐내기 잔치는 계속된다.
알섬
2006-10-31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