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僥倖), 사행(射倖) 그리고 다행(多幸)
돌아보니 사십 인생에 변변한 요행이 없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신문을 장식하는 로또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동네슈퍼 사은 행사품 정도는 얻어 걸려야 사는 재미가 나지 않더냐.
허나 달리 생각해보면 그런 변변찮은 요행조차 없었기에
반듯한 삶을 쪽박내는 사행에 기울지 않을 수 있었던 듯도 싶다.
삶이 엄중할수록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크게 동하고
사행은 일확의 꿈으로 멀쩡한 이들의 속내조차 부풀게 하는 법.
허랑한 마음을 안돈하고 삶터를 돌아보니
이제사 내 인생의 요행이 또렷이 보이는구나.
내 모습을 그대로 빼다박은 판박이 아들에
내 성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귀염둥이 딸내미.
그리고 그 생명들의 원천이자
내 삶의 반려인 인내심 많은 아내.
이보다 큰 요행이 어디 있으랴.
이처럼 큰 다행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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