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방귀,
[중략]
마찬가지로, 그 또한 알몸이었다. 희고 가늘 던 처음의 그와는 달리 검고 울퉁불퉁한 지금의 그에게선 알 수없는 힘이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옆에 다른 남자가 몇명 더 있었다는 것. 그 중에 내 옆에 찰싹 달라 붙어 있던 마른 남자는 거친 숨을 쉬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의 피부는 보통의 남자 피부였는데, 나는 너무 징그러워서 기겁을 하며 검은 피부의 그의 뒤에 숨고자 했다. 헌데, 마른 남자가 내 오른 팔을 잡아 끌었다. 내 팔을 놓지 않고 옷을 벗었다. 나는 검은 피부의 그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검은 피부의 그는 바지를 대충 입고, 주변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들어 올려 사방에 던졌다. 마른 남자에게 몇개의 병들이 맞았다. 검은 피부의 그는 다시 유리 병을 들어 마른 남자의 머리통을 날렸다. 순간에 벌어진 사태에 나는 숨이 막혀 소리도 못 지르고 눈물만 흘려댔다. 마른 남자의 머리통이 깨지며, 팍. 하고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흰 내 피부에 그의 피가 닿을까봐 검은 피부의 그는 내게로 와, 나를 들어올렸다. 나의 긴 머리는 바람에 흩날리며, 울고있던 내 얼굴에 감겼다. 마른 남자는 엄청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그의 눈이 나와 마주친다. 그의 눈은 반짝였다, 흔들림없이 반짝였다.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의, 아름다운 몸과 나의 흰 피부 그리고 그의 머리통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 아, 너무 아름다워서 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태는 순조롭지 않았다. 마른 남자가 죽어가고 그 주변에 있던 마른 남자의 일행 중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검은 피부의 그는 살인자가 되었다. 사방으로 경찰들이 깔렸고, 나는 조사를 받았다. 나는, 기력없이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상황은 여간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잊지 않았지만, 내가 아름다웠노라고 어찌 말 할 수있겠는가. 그렇다, 나는 마른 남자의 죽음과 검은 피부를 가진 그의 살인이 나와는 아주 무관하게 생각되었다. 촛점없는 나의 눈을 보며, 형사들은 말을한다. 아마도, 아름다운 당신의 눈이 죄를 지은 것 같소만. 하고. 아,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이, 남자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갑자기 생기를 띄며,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살짝 웃었다. 하지만 나의 눈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내 얼굴 앞에서 미동하지 않은 채, 입을 벌려 나를 보고있었다. 나의 입술은 점점 더 활짝 웃었다.
검은 피부를 가진 그의 종적을 알 수는 없었다. 내가 마지막 본 그의 모습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모자를 찾아 대던 것, 바닥에 떨어졌던가 한 모자를 부스스해진 머리위에 올려 쓰며 불안하지 않은 표정을 일부러 보이려고 했던 것. 그것이었다, 상의도 찾아서 입고 달렸겠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나를 지켜 줄 것 같았던 검은 피부의 그를 기다리면서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가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고 그가 다시 돌아와 마른 남자를 죽이기 바로 직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 또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나는 바람을 즐기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처음에 만난 흰 피부의 그도 아니고 검은 피부의 그도 아니었다. 겨드랑이 냄새, 내가 그리워하는 겨드랑이 냄새가 있었다.
창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그런 남자들 앞에 훤하게 드러내놓고 앉아있거나 누워있었을까 생각한다. 창녀였으나, 나는 창녀임을 망각한 어리석은 계집이었던가. 그리하여, 돈도 받지 않고 남자들을 돌려보냈나. 나는 나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거울을 본 적이 없기에 내 모습이 어떤지 알지 못했다. 내가 볼 수있는 내 몸은, 팔 과 다리 가슴 왼쪽 엉덩이 살짝 오른쪽 엉덩이 살짝 발 가락 발 바닥 왼쪽 어깨, 오른 쪽 어깨 그리고,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그 뿐이었다.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어떤 눈으로 남자들을 보고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나는, 나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아름다운 당신의 눈이 죄를 지은 것 같소만. 이라고 말한 형사의 말을 떠올린다, 나의 눈이 죄라니. 내 두 눈에 홀딱 빠진 짐승같은 꼴이라니. 훗, 나는 콧방귀를 꼈을테다.
20061023새벽,꿈.
phonself.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