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해주세요 2
하루 종일 죽어있다 싶습니다
딱 하루만 죽어있고 싶습니다
사계절이 있던 날은 가고
점점 두 계절로 가고 있습니다
먹기위해 아니 살기위해 먹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위태위태한 내 생의 언저리 마다
붙어있는 것은 자식과 살펴야할 노모입니다
저는 맘대로 아프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엊그제 일년에 한 번 먹어줘야한다는 구충제를
받아 씹었습니다 새콤한 것이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약이 아니라 더 큰 병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혼자 건들건들하게라도 살아남을려면 꼭꼭 씹어먹어야한답니다
벌레는 나를 먹지 못합니다
벌레는 나를 먹지 못합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 같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옛날 소박한 밥상에 오를 것도 비싸 못 먹기때문입니다
한없이 나른해집니다 세상이 한 없이 지루해집니다
전쟁 나기 전에 하나둘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겠다는 꽃집 언니
오늘도 라면에 밥 한 공기 시켜 먹고 있습니다
빼빼 마른 오십초반의 광대뼈 위로 더이상 빛은 없는데도
건강검진에 매번 건강하다 했다면서 자부자부합니다
조제해주세요 제발 우리에게 조제해주세요
바보처럼 내릴 역을 스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내려 반대편으로 갈때
허탈한 웃음을 웃다가 서류 봉투가 옆 사람의 팔꿈치로 떨어졌을 때의 철렁함
그것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제해주세요 제발 잘 죽을 수 있도록 조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