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奇人)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포함하여 여러 편의 저예산 예술영화를 만들어 낸 김기덕 감독. 개인적으로 그의 대부분의 영화가 나에겐 거부감과 역겨움으로 다가왔지만,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이름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으니 이만하면 그를 기인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더군다나 그의 정규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라고 한다. 기인(奇人)이란 단어의 어원은 장자(莊子)에서 나온다. 장자에서는 기인을 '보통 사람과는 다르지만, 하늘과 동등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통상적 사회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고, 하늘과 동등하다는 것은 그만큼 품격이 높다는 말이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이전에는 이러한 기인이 많았지만 현대 사회는 기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제도화되고 규격화되어 획일적인 '보통 사람'들만 양산(量産)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의 현실만을 봐도 그렇다. 개인 한명 한명이 서로 다른 객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에 껴맞춰지기 위한 몸부림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Star Wars'라는 영화에 나오는 복제인간들 처럼, 이미 우리들도 주입된 동일한 목표를 갖고 복제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큰 인물이 나오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도 김기덕 감독은 현대판 기인이라 부를 만하다. 그가 만일 정규 교육을 받고 제도권 안에서 통상적인 영화 공부를 했더라면, 오늘의 ‘김기덕’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기덕 감독이 걷는 길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제도화와 규격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길은 어느 누구에게서나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 자신의 의지가 강하고 올바르다면 사회의 편견이나 눈초리를 뛰어넘는 꿈에 보다 한걸음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한 초등학교 졸업자를 통해 엿보았을 뿐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경상북도 청송 주산지(注山池) [November 6, 2004] ▶ Canon EOS 300D DIGITAL + Canon EF-S 18-55mm f/3.5-5.6
Badboy™
2006-10-17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