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대접.
초등학교 1학년 첫 소풍.
엄마는 새벽부터 김밥을 쌌고, 나는 새벽부터 토를 해 댔다.
밤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소풍을 기다리면서 잠이 늦게 든 것 말고는
잘 못 한거 없는데 몸이 아팠다. 김밥을 싸던 엄마는 소풍은 가을에도 가고
2학년 되면, 또 가고 그 후에도 계속 갈 테니 이번 소풍은 가지말고 병원에
가자고 한다. 나는 그럴 수가 없다고, 내가 좋아하는 내 짝이랑 꼭 같이
놀자고 약속했다고 꼭 가야한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또 한번 구토를 했다.
아마 그 때, 홍역을 앓았었나보다. 엄마는 담임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소풍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고 나는 아픈데다 심통까지 난 상태였다.
그날은 이모들하고도 함께 소풍을 가려고 이모들도 와 있었고 아직 학교
다니지 않았던 일곱살 동생도 아침 부터 머리를 빗고 옷을 입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내가 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소풍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고
엄마가 만든 김밥을 먹으면서, 소풍 기분을 냈다.
소풍도 못 갔는데, 가기 싫은 병원에 가자하니 악을 쓰며 절대로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8살의 내가 생생하게 생각난다. 동생은 내가 아끼던
소꿉놀이 상자를 열어 그릇들을 꺼내고 놀았다. 나는 이모가 들고 있던
사진기를 달래서 동생을 찍어줬다. 왼손으로 사진기를 잡고 이렇게,
오른쪽 두번째 손가락으로 여길 누르면 되는거야. 해봐, 흔들리면 안돼
그 전에도 아빠 사진기로 연습삼아 몇 번 찍어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허나, 결과물은 완전 흐리멍텅.
맛있는 밥을 차리니? 우리 손님 대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