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억 속의 풍경 '너와 꼭 가야 할 곳이 있어. 올거지?' 그녀는 내게 인생의 또다른 면을 가르쳐 준 특별한 친구다. 나는 독어를 모르고 그녀는 한국어를 몰랐지만 마음으로 나를 열어준 소중한 친구. '10년 후, 혹은 20년 후에라도 네게 힘든 날이 오면, 문득 떠나고 싶어지는 날이 오면 여기, 내가 있는 이곳으로 와. 나와 이 곳은 항상 너를 향해 열려있으니까.' 때로는 어머니같은 푸근함으로, 때로는 친구같은 편안함으로 내 가슴을 한없이 따사롭게 해주었던 엘리자베스. 그녀는 오스트리아의 작고 한적한 동네에 살고 있었다. 산 중턱에 있어 차 없이는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그녀의 집. 그 산 꼭대기에는 그림처럼 나무 한 그루와 벤치 하나가 놓여 있었다. 구름조차도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엘리자베스는 내 손을 꼭 잡고는 오늘 이 순간, 이 곳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영혼을 읽어주었던 당신을,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던 그 따뜻함을, 거짓말 같이 아름다웠던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여행일지 中 2006/09/11 SCHLIERBACH in Austria
SINGIRU[신기루]
2006-10-13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