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와 스파게티. * 4는 다 핫쵸코를 다마시고 나서 컵을 식탁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 나는 4의 행동이 불쾌했지만,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4의 숨 소리를 조금씩 빨라지고 거세졌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숨 쉬는 동작이 조금 과장되어 보이기도했다. 나는 4가 내려 놓은 머그컵 을 개수대로 가지고 가서, 수세미에 세재를 묻히고 닦았다.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스파게티를 먹는 내내 내가 소같다 는 생각을 했어." "그건 내가 한 말이잖아." "그래. 네 말을 들으니, 그런 생각이 든거야. 아마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않았으면 평생 해보지 못했을테고." 4는 여전히 큰 동작으로 숨을 쉬었다. 4가 흥분했다는 것을 알 수있 었는데, 나는 도무지 왜 흥분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네가 말한듯이 내가 먹고 있는 것도 꼭 소여물같았어." "믿음이 투철하구나." 나는 조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4는 깊은 숨을 내 쉬었다. 나는 4의 작은 동작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것은 내 버릇 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너무 유심히 보고있다는 것.) 4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정말 소꼬리였을지도 몰라." "네 믿음이 투철하다는 것을 내게 알리고 싶었니?" "그렇지 않아. 나는 너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가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4는 내가 하는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괜히 4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4는 가스랜지 앞으로 가더니, 냄비에 가득 물을 담고 그것을 가스랜지 위 에 올렸다. "나도 반복되는 것은 싫어. 하지만, 반복하지 않고선 살 수가 없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니." 4는 내가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4의 말이 더이상 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4가 무엇하러 냄비에 물을 끓이는지 그것을 물 어보려던 참이다. "갑자기 또, 허기가 져. 너도, 먹을테야?" 오, 이런. 4, 그는 또 스파게티를 만드려나보다. 나는 내가 직접 보지않은 4의 소꼬리, 아니 용변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구역질을 했다. 비위가 약한 편은 아닌데, 요즘들어 이상하다. 임신이라도 한 듯이 입맛도 없고, 모든 냄새들이 역하다. 그리고, 요즘의 나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구토를 할 수 있었다. 정말 구토가 밀려오고 있었다. "너도 먹는 것을 좋아했잖아. 어쩔 땐, 나보다 훨씬 자주 먹었잖아." 4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을했다. 도마위에 양파와 파프리카를 칼질하며, 그 칼 질 소리에 들릴락말락 한 목소리로. "4, 나는 먹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워." "지쳐서 그래." 늘상 퉁명스럽기만 했던 4의 은근히 따뜻한 말투였다. 아니, 말투는 변함없이 퉁명스러울지 몰라도, 그 한마디는 충분히 따뜻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지 쳤을까. 4는 내가, 지쳤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봐주었을까. -계속_sohhn(4와 스파게티 3번째) phonself.2006
진소흔
2006-10-11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