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아시아작가 잔뜩 흐린 9월의 마지막날. 그날은 하필 흐렸다. 광주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기에 비엔날레라는 명목이 없더라도 낮선 도시에서 나는 이방인으서의 설레임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페루의 민속음악을 듣고, 차를 한잔 마시며 여유로운 풍치에 취해 연신 기분이 좋았다. 날이 흐리든 말든 난 갈길을 가면 됐다. 전시관을 둘러보던 중 눈에 띈 작가가 있었다. 아라야 라쟘레아른수크(Araya Rasdjarmrearnsook). 태국 사람이었다. 유년 시절 가족과 친지들의 장례를 보며 그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되기 시작한 그녀(성별은 여자다. 영상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작가이다.)는 예술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탐구했다. 그녀는 시체들에게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죽음을 재조명한다. 출품작 “지식보다 시인 이유 Why is It Poetry Rather than Awareness?”에서 죽음을 주제화한 3개의 비디오 작품을 보여주었다. 전시장에 주저앉아 영상을 바라보았다. 실제 시체곁에서 허밍으로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상은 사랑과 죽음,산자와 죽은자라는 역설적 가치만이 보이는듯 하지만 공간의 숭고한 기운은 이내 모든것을 조화롭게 바꿔놓아 편안한 기분마저 들게 하였다.
/숲/
2006-10-07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