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기분.
윤과장은 내게 사과 세개가 올려진 접시를 내밀었다.
나는 지금 막 자판기에서 뽑아 온 커피를 후, 불고 있었다.
내가 뭔데요? 하는 표정으로 윤과장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사과접시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작은 과도 접힌 것을
접시 옆에 놓았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 커피를 한모금 마
시고 내려 놓았다. 접힌 과도는 작지만 날카로웠다. 나는
물기가 묻어있는 붉은 사과 하나를 집어 살살 돌려 가며
깎았다. 사과를 깎는 소리는 연필로 종이 위에 그림을 그
리는 소리가 났다. 내가 사과를 깎는 동안 휴식을 취하던
몇몇이 내 주변으로 다가왔다. 연필로 그림 그리는 소리가
저들에게까지 들리는가 싶어서 나는 더욱 열심히 사과를
깎았다. 한번도 끊기지 않은 채로 사과 하나를 깎고, 두 개
째를 집었다. 주변 사람들은 깎인 사과에 시선을 집중했다.
나는 두번 째, 사과 세 번째 사과를 마찬가지로 한번도 끊기
지 않고 깎았다. 접시 위에 올려진 알몸의 사과 세 개. 사과
세 개를 깎는 동안, 4절지 스케치북 한 가득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었다.
사과를깎은,2006_09_26.
그날 이후로 계속해서 사과를 깎은,2006_10_07의 기분.
사진S380_sohhn.
phonself.2006,선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