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식 소잡기 바미얀에서 3시간 떨어진 반디아미르 호수로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차가 한쪽으로 기울며 그대로 멈춰섰다. 처음엔 아프간에서 밥먹듯이 벌어지는 타이어펑크인 줄 알았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어찌된 일인지 휠과 전동축을 고정시키는 4개의 볼트가 죄다 부러져 바퀴가 반쯤 빠져 있었다. 순간 일행이던 두 명의 일본친구를 바라봤다. 불과 한시간 전 만해도 이 차는 한국이 만든 대우 에스페로라며 잔뜩 자랑을 늘어놓았는데 이젠 면목이 없어졌다. 임시방편으로 다른 바퀴에서 볼트를 하나씩 빼서 빠진 바퀴를 단 두개의 볼트로 어설프게 고정시키고 가까운 정비소로 살금살금 향했다. 운전기사는 고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근처 식당에서 점심이나 먹으라 했다. 하지만 난 입맛이 전혀 없었다. 대신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순간 조금이라도 늦으면 중요한 순간을 놓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재빨리 뛰어갔다. 다행히 중요한 이벤트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고, 가까이 다가갔을 땐 소는 이미 엎어져 있었다. 곧이어 칼질이 시작됐다. 네발과 입이 다 묶인 소는 제대로 발버둥 치거나 음메 한번 못하고 피를 쏟아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수도관이 터진 듯 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들이 너무도 즐겁게 소를 잡는 통에 불쌍한 소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새도 없었다. 특히 맨왼쪽 아저씨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소를 잡는 내내 꼬리를 붙잡고 실실 웃고 계셨다. 꼬리는 그의 차지였던 것인가. @ Bamiyan, Afghanistan
탕수
2006-10-01 0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