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신 #1
어느날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는 초로의 사내를 보았다. 그는 반팔티셔츠에 노조원들이 즐겨 입는 자주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마르고 검게 탄 지친 얼굴만 빼면 이목구비가 준수하고 지적이기까지 하다.
순간 나는 그의 왼팔뚝에 시선을 빼앗겼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할 수 없지만 년, 월, 일과 탄성에 가까운 '열정!' 그리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단어들이 미적인 고려 없이 그의 팔뚝에 그려져있다.
그의 나이는 눈짐작으로 얼추 오십중반은 넘어 보였는데 팔뚝에 표현된 년,월,일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문신을 소유하게된 시기는 적어도 그가 삼십대 중후반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수리에 피딱지 마르고 이제 세상 돌아가는 이치 좀 알 것도 같아 '먹어주는'(겁주는) 문신이 부질없음을,
한 때의 치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인정하게될 그 시기에... '열정!" 이라니...
과연 어떤 연유로 문신을 하게 되었을까? 어떤 격정이 삼십대 중반의 사내 팔뚝에 먹물들게 했을까?
아..... 정말 난 궁금해서 미칠지경이다.
허허...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인의 낙인같은 숭헌 문신... 돼지 비계에 찍힌 번지고 시푸르둥둥한 색도장
나중에 후회할 지라도 한번의 문신으로 하루가 새롭고 눈깔에 힘과 총기를 더할 수 있다면...
온 몸을 도화지로 기증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 문신 소개 ***
소유자 : 장태용님
작가 : 사진모델의 친구
시기 : 모델 19세 때(약 23년 전)
장소 : 포항
사용재료 : 바늘, 먹물
동기 : 의리, 우정, 질풍노도
뜻 : さいごまで (사이고마데) = 마지막까지
촌평 : 근육질 몸매와 어울어져 강력한 포쓰를 발산하고 있으며
당시 비장한 분위기는 이구동성으로 "최후의 그날까지 함께 하자" 였다고 ...
※ 문신연작을 시작합니다. 어찌하다보니 계속 연작으로만 게시하게 되는군요.
현재까지 다섯분만 촬영했는데... 앞으로 몇 장이나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쪽방촌풍경, 쪽방촌 사람들 연작도 계속 게시됩니다.
사진 관심있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추석명절들 잘 보내시고 좋은 추억들 만드시길 바랍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