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全州
전주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뭐, 별 다를 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오래 전부터 다녀와야겠다 마음먹던 차였습니다.
조금은 늦은 시간에 떠났습니다. 전주, 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옥마을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한옥이라는 분위기에 어렸을 적 마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왠지 어스름 저녁에 만나야 할 것 같은 '설정'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경. 마침 청명한 초가을 날씨 덕에, 저녁이어도 파란 기운이 조금은 남아 있는 하늘에 묻힌 기와의 모습이 "우와~"하는 탄성을 흘리게 했습니다. 전주와의 조우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살아보지 않아서 좋은 곳인지 아닌지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몇 달간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았습니다. 고풍스런 정취도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한 데에는 조금은 엉뚱한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정말 천국이 따로 없겠구나 싶었고, 15가지 안주에 막걸리를 세 통이나 마셨는데도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충분했고, 식당에서 나와 주차비를 묻는 질문에 "…뭘, 월매나 있었다구 돈을 낼라구"하는 인심이며, 다방에서 커피 두 잔을 마셔도 고작 3000원밖에 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전주에 가게 되면 마음을 꼭 닫지는 마세요. 살가운 전주인들이 섭섭해 할 수 있으니까요.